노트북님이 운명하신 덕에 한동안 미뤄뒀던 코믹스들을 완주했다. 현재 카페베네에서 글 작성중. 지금 보니까 그린티 다 녹았네 이런 찌밤. 젤라또는 다 좋은데 너무 빨리 녹는단 말이야. 하여간ㅅssi앙 내 놋북양이.... 안돼ㅠㅠㅠㅠㅠㅠ
망토두른 십자군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스포일러 주의.
나 혼자만 생각하던 뱃시 루프썰 망상에 휘발유를 끼얹어주신 DC여러분 감사합니다.
1.
뱃시가 죽는 순간 모든 것을 기억해내고 곧 만나게 될 부모님을 떠올리며 평생동안 단 한번도 지은 적 없는 편안한 얼굴로 죽는게 너무 상상이 잘되서 기쁘달까, 슬프다. 지금의 뱃시에게 죽음만이 유일한 안식이라는걸 공식에서 대놓고 망치로 쾅쾅 못질해주다니 참... 감사하다고 해야하나.
아니면 죽는 순간 기억해내는게 아니라 그냥 어느 순간 기억해내고 혼란스러워하는 뱃시도 좋고. 수십, 수백의 루프를 거치며 쌓인 기억들이 마구잡이로 뒤섞여서 대패닉에 빠져서 어쩔 줄은 모르는 뱃시는 소중하니까요. 그래봤자 1주일만 있으면 다시 원상태로 복귀할거 같지만...
뱃시라면 자기가 미친건지 어떤건지 파악하고서-"알프레드. 내가 미쳤는지 확인 좀 해줄 수 있나요?" "예?" "내가 미친건지 어떤지 확인이 필요해요. 내가 미친 것 같나요?" "...."- 케이브 안에 콕 처박혀서 그 방대한 기억들을 생애별로 차곡차곡 정리하겠지. 그리고 그 기억들을 토대로 자기가 계속해서 배트맨으로서의 죽음과 생애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서도 그 기억들의 진위여부를 계속해서 의심할거고. 결국 아무리 고민해봤자 답이 안나오는 문제를 두고 고민하는건 시간낭비라는 제 2의 결론을 내리고 그 기억들은 지식으로'만' 받아들임. 자신이 기억 속의 사람들과 어떠한 관계였든간에-연인, 친구, 가족, 적- 그 관계와 그때 느꼈던 감정들이 결코 현실, 즉 지금으로 이어지진 않음.
....이라고 해봤자 뱃시도 인간인데 그게 아주 가능할리는 없고. 일단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만 주변 사람들에 대한 애정은 (원래 깊긴 했지만)그 깊이가 아주 깊어짐. 여기서 웃긴건(포인트이기도 하지만) 바로 불신도 깊어진다는거-이거 매우매우 중요함. 밑줄치고 별표 두개! 아니 세개!-. 왜냐면 뒤통수맞았던 기억도 돌아왔으니까. 리거들이 타락했던 기억-로드숲-도 돌아왔으니까. 뱃시의 인간불신에 대해서는 4.에서 다시 서술하고.
2.
하여튼 1주일간 케이브 바깥으로 배트맨으로서도 브루스 웨인으로서도 일절 걸음하질 않으니 알프레드나 로빈즈나 일부 리거들이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님. 그러다 케이브 바깥으로 나온 뱃시를 얼핏 보니 분위기가 뭔가 전과는 다른거 같은데? 싶다가도 하는 행동은 평소랑 다를게 없음. 그래서 대부분은 뭔가 중요한 일이 있었나보다 하고 신경을 끄는데 뱃시와 아주 오랜 시간을 함께한 사람들(ex-알프레드)만이 달라진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캐치해내고 걱정함. 뱃시야 당연히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겠고.
리거들은 평소처럼 지내다가도 문득문득 뱃시가 자신들을 지나치게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음. 업무관련으로는 전투스타일이라든가, 주된 포지션이라든가. 자신의 능력을 자기 자신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듯한 느낌? 이랄까. 이건 그러려니 하겠는데 특히 사적인 영역에서 두드러짐. 생활패턴이라든가-"별일이군. 이 시간대에는 ㅇㅇ에 있지 않았던가?"- 하다못해 선호하는 옷, 색깔, 식성이라든가 등등.
뱃시야 수십-어쩌면 수백-년동안 질리도록 봐온 동료들이니 그게 자기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는거지만 리거들 입장에선 뭔가 느낌이 이상함. ...? 내가 그런걸 말한 적이 있던가?
3.
일단 뱃시 루프썰을 베이스로 깔고 봤을때 당장 망토두른 십자군 본문에 직접적으로 드러난 삶만 13개. 캣우먼, 알프레드, 고든, 포이즌 아이비, 아즈라엘, 배트걸, 매드해터, 조커, 도쉬, 벌록 형사, 로빈, 라스 알 굴, 슈퍼맨 순으로 죽는 방법도 참 다양하고 다채롭게 죽었다. 그 과정이 한결같이 배트맨스러워서 또 슬퍼지고... 특히 슈퍼맨 부분에서 뱃시 대사가 너무 배트맨스러워서.
하여튼 뱃시가 몇번의 생애를 살았는지는 본인도 모름. 처음이 어떠했는지는 별로 신경도 안쓰고 중요하지도 않다고 생각함. 뱃시에게 있어 '처음'은 언제나 어두운 골목길, 싸늘하게 식어가는 부모님, 코 끝으로 짙게 감도는 화약냄새였으니까.
4.
본문 도중 "친구들은 늦든 빠르든 다들 배신하고" 부분에서 정말 슬퍼졌다. 그래 네 뒷통수 치지 않은 리거들을 꼽는게 더 빠르긴 하겠지... 물론 뱃시라면 당연히 '지금'의 동료들과 과거의 동료들을 명확히 구분하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항상 동료들이 배신할 가능성을 염두에 둘 거 같다. 뱃사의 동료불신은 허쉬의 "메트로폴리스로 갈때면 언제나 '그'와 싸울 준비를 하고 간다"는 부분에서 제대로 실감하기야 했지만...
그리고 이런 부분을 감안하면 킬링조크에서 나오는 배트맨과 조커의 관계도 어렴풋이나마 이해가 간다. 모두가 변하는 와중에("모든 것이 변합니다. 그 무엇도 같은 모습을 유지하지 않아요.") 언제나 한결같은게 바로 조커니까. 물론 조커가 되기 전의 개인은 다 달랐지만(아예 골격이라든가 체구가 다르니까. 실제로는 그리는 사람 손에 달린거지만) '조커' 라는 존재만 놓고 봤을때 배트맨에게 있어 이 정도로 한결같고 변함없는 존재는 자기 자신을 제외하면 없으니까. 아니 로드뱃의 존재를 감안하면 어쩌면 유일한 존재일지도.
이런 면에서 뱃시는 알게모르게 빌런들에게 정을 줬을거 같다. 수십수백년동안 질리도록 자신을 괴롭혀온 것들이지만 어쨌든 그만큼 얼굴 맞대고 살아온거니까. 당연히 뱃시 본인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숲이든 원더든 딕이든 알피든 누군가가 그걸 감지하고 뱃시를 타박하는게 보고 싶어서 그러는게 맞습니다 ㅇㅇ...
하여튼 진심으로 빌런들이 손을 씻고 새 삶을 시작하길 바람.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 본인들을 위해서.
5.
사후세계따위 믿지 않는다는 말에 담담하게 배트맨에게 주어지는 유일한 보상이 뭔지 아니? 배트맨이 되는거야, 라고 답하는 부분에선 진짜... 브루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디씨발 개객끼들 이런 훈훈한 가정에 무슨 짓을 한거냐 이런 무뢰배들 같으니라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근데 브루스가 죽으면 이번엔 토마스 웨인이 배트맨이 되죠? 마사 웨인은 조커화히고. 이건 답이 없어... 망했어요. 왜 이 가정은 행복해질 수 없는 것인가.
6.
1.에서 이어서, 과거(인지 본인의 망상인지 어떤지 뱃시가 명확히 결론내리지는 않았지만)에 누군가와 어떤 관계였든간에 현재의 관계와는 딱 잘라 구분하는 뱃시가 좋다.
이 설정이 진짜 너무 좋은게, 오피셜을 물론 내가 여태까지 봐온 모든 2차창작 작품들을 하나로 이을 수가 있기 때문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상이 폭발한다 야후 ^Y^!!
내키는대로 쓰다보니 뭔가 뒤죽박죽이네. 아무렴 어때. 아 뭐야 그린티 이제 완전 다 녹았어... 그나저나 언제 한번 날잡고 포풍 포스팅이라고 하던가 해야지. 노트에 끄적이기만 해둔 썰들만 몇개냐 대체.